취향과 취미를 잘 녹여낸, 아이비 플레이스 38py 홈스타일링
새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며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으셔서 스타일링을 요청해주신 고객님.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신 것은 기존 가구들 중 어떤 걸 남기고 새로 구입해야 하는지와 가지고 있는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수납할 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.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 소통하였고 그 과정에서 두 분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.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아내분은 따뜻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시고, 남편분은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신다고 느껴졌어요. 두 분이 선호하시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지만 집은 함께 쓰는 공간이기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 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. 거실은 두 분이 실제로 보시고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 하늘색 가죽소파를 중심에 두고 스타일링을 시작하였는데요. 가죽 소파가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서 비정형 유리 소파 테이블을 놓아 시원한 느낌을 더해주고,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아기자기한 액자나 쿠션으로 중화해주었습니다. 거실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구석의 식물이에요. 보통 판매하는 뱅갈 고무나무는 윗부분에만 잎이 동그랗게 있어 이 집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, 개인이 집에서 오랫동안 키우다가 분양시키는 고무나무를 찾아다녔습니다. 약 한 달만에 이 집에 어울리는 수형을 찾을 수 있었고 화분까지 골라 지금의 자리에 놓아 드렸죠.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드셨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안목을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거실이 된 것 같아 정말 감사했어요. 마무리된 모습을 보니 그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거실을 싱그럽게 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뿌듯했습니다. 두 분은 넓은 테이블에서 식사도 하고 보드 게임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, 이곳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실 모습이 상상되어 이왕이면 주방이 두 분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. 그리하여 테이블 쪽이 공간의 중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조명의 위치를 변경해주고 주변을 카키 브라운 색상의 필름으로 시공해주었어요. 또한 테이블 뒤쪽의 붙박이장을 오픈장으로 변경하여 좋아하는 레고나 와인들을 진열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. 퇴근하시면 이곳에 앉아 맛있는 저녁을 드시고 레고도 조립하며 두 분만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랍니다. 침실은 침대가 중심이 되는 호텔 같은 공간을 만들어드리고자 했습니다. 원하시는 매트리스가 꽤 높은 편이라 공간의 중심에 침대만 덩그러니 놓이면 어색할 수 있어서 벽 사이즈에 맞는 긴 헤드를 가진 프레임을 제안드렸고, 헤드에는 led 바조명이 매입되어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. 침대 위 액자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사진액자를 추천드렸는데, 아래에 조명을 켜면 어두워지는 그 모습이 침실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. 그리고 침대 옆에는 반려묘와 함께 주무실 수 있도록 미니멀한 공간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캣타워를 놓아드렸는데 아이가 잘 사용한다고 해서 참 다행이었고 이제는 사람만이 아닌 동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타일링을 공부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. 아내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을 좋아하신다고 했습니다. 서재가 그런 일들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여 모션 테이블과 리클라이너 소파를 놓게 되었고, 가지고 계신 책 양에 맞춰 책장을 길게 배치해주었습니다. 테이블 쪽은 낮은 선반장을 놓아 작업을 하시다가 생각을 환기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좋아하는 소품을 올려둘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. 소파에 앉아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바라보며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온전히 고객님만의 서재가 되기를 바랍니다. 이 방을 끝으로 이 집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로망의 집이 아닐까 싶은데요. 두 분은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는 취미를 가지고 계셔서 집에 보드게임박스가 굉장히 많았습니다. 그리하여 이 방은 수납을 최대로 할 수 있도록 깊이가 있는 선반장을 양쪽에 두었고, 간단한 게임이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중심에 테이블을 놓아주었습니다. 이렇게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점, 나가지 않아도 즐길거리가 많은 이 집이 정말 부러웠습니다. 지금까지 스타일링을 진행하면서 음악방이나 보드게임방처럼 특징이 뚜렷한 공간은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.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준 현장이어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. 처음에 이사하시면 새로운 집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으신지에 대해 여쭤보았었는데, 그때 받았던 답을 다시 읽어보니 지금과 너무나도 잘 맞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서 다행이고 뿌듯합니다.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로 만난 관계에서 매번 따뜻하게 배려해주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잘 챙겨주시고 대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 깊었고, 감사했습니다. 좋은 현장을 만나게 해주신 홈리에종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:)